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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8 이문희 미국변호사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거의 30년 전,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나는 ‘비자’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모든 답을 알려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 하나로 유학원을 찾았고, 필요한 서류를 내밀었으며, 마지막 관문은 주한 미국 대사관 인터뷰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대사관을 찾을 때면 괜히 마음이 굳어지는 걸 보면,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날의 나는 아마 몹시도 떨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과한 뒤, 미국에 사는 지인의 지인을 어렵게 수소문해 공항에 나와줄 사람을 찾았다. 그 고마움이 얼마나 컸는지는 미국 공항에 도착해서야 실감했다. 만약 그분이 나오지 않았다면 낯선 공항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채 서 있었을 ‘어서 와, 미국은 처음이지’의 내 모습이 쉽게 떠올랐다. 그렇게 나의 유학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F-1 비자’를 가진 외국인 학생이라는 사실이 단순한 신분 설명이 아니라, 삶의 범위를 규정하는 장치라는 것을 말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유학 자금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내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보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봤지만, 돌아온 답은 명확했다. F-1 비자 신분으로는 합법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캠퍼스 내에서 허용되는 극히 제한적인 예외는 있었지만, 그것은 ‘허용’이라기보다는 ‘관리된 예외’에 가까웠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비자는 나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을. 미국의 비자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다. 각 비자에는 체류 목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그 목적을 벗어나는 순간 신분 위반이 된다. 학생 비자는 공부만 하라고 있는 비자다. 일하면 안 되고, 소득 활동을 하면 안 되며, 장기적인 체류 계획을 전제로 한 행동 역시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 구조 안에서 개인의 의지나 성실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신분이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일할 수 없고, 직업을 선택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를 세우기도 어렵다. 심지어 주거 계약, 금융 거래,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도 신분의 그림자 아래 놓인다.
그때 처음으로 ‘신분의 한계’라는 벽을 체감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 제한을 넘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 질문의 끝에서 만난 단어가 바로 ‘Green Card’, 미국 영주권이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영주권은 그저 체류 기간이 긴 비자가 아니다. 영주권은 미국 사회 안에서 하나의 경제 주체로 인정받는 최소 조건이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고용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직업과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류의 지속 여부가 타인의 결정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땅에서 ‘제한된 신분’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비자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조건부다. 학교, 회사, 스폰서, 정책 변화 중 하나만 흔들려도 체류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반면 영주권자는 제도 안에서 예측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를 넘어, 삶의 질과 선택의 폭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돌이켜보면, 이 집요한 질문과 문제의식이 나를 미국 변호사의 길로 이끈 셈이다. 유학생 시절은 물론이고, 영주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나는 수없이 많은 한국인을 보았다. 단 하나의 영주권을 위해 회사 스폰서에 의존하고, 이민 서류를 맡긴 변호사에게 모든 운명을 걸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말이다. 능력과 성실함은 충분하지만,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지가 제한되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02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2026년 미국투자이민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오르느냐”라는 질문이다. 숫자는 직관적이고 불안을 단순한 계산으로 바꿔주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이 마주한 변화는 투자이민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특히 EB-5는 2022년 RIA 체계 아래에서 투자금이 법정 기준으로 재정비됐고, 향후에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자동 조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자동 조정의 첫 적용 시점이 2027년 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언젠가 오르겠지’ 수준의 전망이 아니라 제도 구조가 이미 예고한 시간표에 가깝다.
현재 제도상 최소 투자금은 TEA(농촌·고실업 지역 등) 또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해당하면 80만 달러, 그 외는 105만 달러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 구도 자체가 향후 조정 국면에서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6년은 “투자금이 오르기 전 서둘러야 하는 해”라기 보다, “투자이민이 더 ‘선별되는 시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판단의 기준을 재정렬해야 하는 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전환이 가져올 첫 번째 변화는 흔히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영주권만 나오면 된다’라는 단순한 목표 설정은 ‘영주권도 받고 투자금도 회수해야 한다’라는 이중의 과제로 확장된다. EB-5의 본질이 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따라서 시장의 표준은 점점 더 “이 프로젝트가 어떤 상환 구조를 갖고 있는가, 고용 창출은 어떤 모델로 설계되어 있는가, 개발 주체의 재무와 실행력은 검증 가능한가” 같은 구조적 질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 변화라기보다, 투자금 상승이 요구하는 합리적 방어기제가 시장 전체에 확산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변화는 동시 접수(Concurrent Filing)의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동시 접수는 미국 내 합법 체류자에게 I-526E와 I-485를 함께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영주권 최종 승인 이전에도 노동 허가(EAD)와 여행 허가(AP)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OPT의 변동성, H-1B의 경쟁과 비용 부담, 정책 변화에 따른 체류 리스크가 반복될수록, 동시 접수가 제공하는 법적 안정성은 비용 대비 효용의 관점에서 더욱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실전 전략은 ‘서두르자’ 같은 구호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투자금 조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신청 수요가 몰리고 수요가 몰리면 프로젝트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거나 검토 시간이 얇아지기 쉽다. EB-5에서 가장 비용이 큰 실수는 대체로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상환 구조와 담보의 실질, 자금 흐름의 현실성, 고용 창출 모델의 설계와 산정 방식, 개발사의 과거 이력과 재무 상태, 그리고 문서에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를 확인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이 붐빌수록, 결정이 늦을수록, 좋은 선택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만 남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냉정히 봐야 한다.
프로젝트를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겉으로는 모두 승인 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EB-5의 승패는 승인 서류의 존재가 아니라 구조의 질에서 갈린다. 예컨대 I-956F 승인은 프로젝트가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판단과 맞닿아 있지만, 투자금 상환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성격은 아니다. 이 구분이 흐려질 때, 투자자는 ‘승인’과 ‘안전’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한다. 제도는 영주권 요건을 판단하고, 시장은 상환 가능성을 판단한다. 투자자는 이 둘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결국 2026년 투자이민의 핵심은, 체크리스트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상환 재원이 하나의 가정에만 걸려 있는지, 여러 경로로 분산되어 있는지, 투자자의 상환 순위가 실제로 보호받는 위치인지, 상환 시점의 설계가 현실적인지, 만약 계획이 어긋날 때 투자자를 방어하는 장치가 존재하는지 같은 질문들은 문장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답은 언제나 구조 속에 숨는다. 고용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1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서 산출되는지, 가정이 흔들릴 때 보완 장치가 무엇인지까지 읽어야 한다. 개발사 평가 또한 광고 문구나 평판의 인상비평이 아니라, 과거 수행 이력과 재무 건전성, 리스크 관리 능력이 문서와 데이터로 설명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26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연말이 되면 상담실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진다. 질문은 여전히 비슷하지만, 말의 속도는 느려지고 표정에는 한 해를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 뒤에는 대개 이런 마음이 따라온다. “올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2025년은 유독 그런 얼굴들을 많이 마주한 해였다. 처음부터 확신에 찬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조심스러웠고, 망설였으며,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말, 유학을 준비 중인데 비자가 불안하다는 이야기,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삶의 방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이다. 미국투자이민은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이런 질문의 끝자락에서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하나의 선택지였다.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민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너무 좁아질까 봐 걱정됩니다.” 이 문장은 2025년 미국투자이민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누군가는 더 넓은 기회를 위해, 누군가는 덜 불안한 내일을 위해 이 제도를 고민했다. 목적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했다. 모두가 지금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2025년은 미국투자이민을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변한 해였다. 비자 제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체류와 신분에 대한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투자이민은 더 이상 ‘언젠가 고려해 볼 제도’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만 중요한 점은,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서 결정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연말로 갈수록 상담은 늘었지만, 결정은 더 신중해졌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미국투자이민을 고민하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뒤처진 것도 아니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회를 잃은 것도 아니다. 이 제도는 속도보다 구조를 요구하고, 결단보다 이해를 먼저 요구한다. 한 해 동안 충분히 묻고, 비교하고, 가족과 이야기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중요한 과정을 지나온 것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2025년은 의미 있는 신호들이 쌓인 해였다. 투자이민 개혁법 이후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프로젝트의 성격과 공공성, 자금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분명히 높아졌다. 이는 2026년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방향성은 조금 더 또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연말에 만난 한 상담자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방향을 확인한 해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2025년을 정리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이민은 단기적인 결정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실린 선택이다. 그래서 준비된 속도로 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된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18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대표님,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에 다닙니다. 학점도 우수하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구사합니다.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죠?” 지난 25년 넘게 미국 이민과 유학, 취업 시장의 최전선을 지키며 수많은 부모님을 만나왔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녀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기대가 가득 담긴 그 눈빛을 마주할 때 마다 나는 늘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떼곤 한다. 이것은 부모님들이 가진 가장 흔한 믿음인 동시에, 현실을 외면한 가장 위험한 착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취업 시장에서 명문대 졸업장이나 뛰어난 ‘능력’은 기본 조건일 뿐이며 진짜 취업의 문을 여는 입장권은 다름 아닌 ‘신분(Visa)’이다. 미국은 철저한 실력주의 사회가 맞지만, 그 실력은 비자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미국을 “능력만 있으면 기회가 활짝 열리는 기회의 땅”으로 여기지만, 실제 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은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화려한 학점이 아니라, “이 지원자를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외국인 고용은 행정적 번거로움과 막대한 비용, 그리고 불확실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다. 비자가 없는 지원자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서류 검토 대상에서 즉시 제외되기 일쑤이며 채용되더라도 추후 비자 추첨에서 탈락할 위험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을 꺼린다. 굳이 복잡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외국인을 뽑아야 할 ‘압도적인 이유’가 없다면 기업은 당연히 안전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선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제도적 환경 변화다. 2025년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는 유학생과 외국인의 취업 환경은 그야말로 ‘생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라는 강력한 기조 아래 F-1 학생비자의 체류 기간 제한, OPT 기간 축소, H-1B 취업비자 장벽 강화 등 유학생들에게 불리한 정책들이 예고되었거나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유학 후 졸업, OPT를 거쳐 취업비자와 영주권 취득’으로 이어지던 루트는 이제 사실상 붕괴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자녀의 유학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 입학은 출발선일 뿐 결코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유학은 자녀의 인생을 건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이제는 ‘입학부터 영주권까지’를 하나의 연결된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공 선택 단계에서부터 비자 취득 가능성을 고려하고 졸업 후 어떤 신분으로 미국 사회에 안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부모님들께 항상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권한다. 유학의 성공은 자녀의 노력과 부모의 준비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갈 때 가능하다. 전공 경쟁을 확보하고 치열하게 학점을 관리하며 인턴십을 경험하는 것은 온전히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비자가 막힐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하고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루트를 탐색하며 자금과 수속 타이밍을 계획하는 것은 오직 부모만이 준비해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자녀가 이공계(STEM) 인재라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NIW 도전을 인문·경영·예체능 계열이라면 부모의 자산을 활용한 EB-5 투자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판단이 졸업 시즌에 닥쳐서가 아니라 유학을 떠나는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11 이유리 미국변호사
[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2025년 연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혁신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고학력 전문 인재를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골드카드 영주권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이후 9월 행정명령이 발표되었고 오는 12월 18일부터는 실제 이민국 접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위한 이민국 청원 양식인 I-140G의 초안이 미국 예산관리국(OMB)의 승인을 거쳐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번 초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신청 자격 요건이 기존의 고학력 전문 이민 카테고리인 EB-1 또는 NIW 신청자들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즉, 누구나 기부금을 낸다고 신청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인재들만 대상이라는 의미다.
골드카드 청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전문 인력이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그 기부금의 자금 출처까지 명확히 소명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둘째, 기업이 특정 인재를 스폰서하는 경우 200만 달러를 기부해 청원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 스폰서 방식에서는 기업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와 임원진 관련 정보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개인을 스폰서할 경우, 신청자 가족 1인당 추가로 1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부과되는 구조도 눈에 띈다.
한편, 2025년 들어 미국 비자 및 영주권 전반의 수속 기간은 오히려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골드카드 프로그램 역시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수속 기간을 단축하는 특별 조항이나 우선 처리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골드카드를 신청하더라도, EB-1 또는 NIW 카테고리에 속하는 만큼 기존과 동일한 대기 기간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누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할까?
미국투자이민 EB-5 수준의 자금 출처 증빙을 준비해야 하고, 동시에 EB-1 또는 NIW에 준하는 고학력·전문성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100만 달러 기부라는 높은 진입장벽이 더해지면서 실제 신청자 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도 기부 방식의 영주권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이지만, 얼마나 많은 고급 인재가 이 제도에 매력을 느낄지는 아직 미지수다..(이하 생략)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04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최근 몇 달 동안 상담실의 불이 유난히 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2026년 투자금 인상 가능성과 동시 접수 확대로 문의가 크게 늘면서 하루 스케줄이 몇 번씩 채워진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배경의 투자자들이 찾아오지만, 반복되는 질문과 오해가 눈에 띄게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상담은 정보를 ‘추가’하기보다 오래된 오해를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소문 속 EB-5가 아니라 실제 제도의 구조를 다시 보여주는 시간이다.
얼마 전 40대 고객은 EB-5를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으로 알고 있었다. 오래된 지인의 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EB-5는 어디까지나 투자 프로그램이며 미국 법은 상환 보장을 금지한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안정성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개발사의 신용도, 선순위 구조, 선순위 대출 여부, 공공 인프라 기반 여부 등을 설명해 드리면 관점이 ‘안전/위험’에서 ‘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인가’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 순간이 EB-5가 왜 구조 기반 분석이 필요한지 가장 명확해지는 지점이다.
I-956F 승인만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고 믿는 경우도 많다. I-956F는 프로젝트가 RIA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핵심 절차이지만 재무적 안전성을 보증하는 단계는 아니다. 상환 재원과 고용 창출 구조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 질문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오해 중 하나다. “EB-5는 돈을 내면 영주권이 자동으로 나온다”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는 I-526E 심사, 적법한 자금 출처 증빙, 고용 창출 요건 충족 또는 비자 인터뷰 등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RIA 이후 문서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제대로 준비할수록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구조다.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은 “요즘 EB-5 아무도 안 한다던데요?”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올해 미국 내 유학생·직장인을 중심으로 동시 접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유학생 체류 불안정성 확대, H-1B 수수료 급증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신분 안정을 위해 EB-5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됐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환경 변화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담하다 보면 정보는 넘치지만 정확한 정보는 적은 시장이라는 현실을 더 깊게 체감한다.
그래서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은 단 하나다. “서두르는 것보다 옳은 프로젝트를 고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EB-5 프로젝트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영주권 승인과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결정하는 구조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올해 두드러진 인기를 보인 공공 인프라 기반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인 만큼 상환 재원과 고용 창출이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시장형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신뢰도 높은 개발사와 이주업체의 철저한 실사를 통과한 프로젝트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시 접수에 관한 오해도 꾸준하다. 많은 예비 투자자가 “동시 접수하면 영주권이 빨리 나온다”라고 생각하지만, 동시 접수는 체류 신분을 조기 안정화하는 제도일 뿐 최종 승인 시점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EAD·AP를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 보기)
2025.11.27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지난 26일 제주 신화월드 랜딩관에서 열린 미국 영주권·유학 세미나는 예상보다 깊은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여유로운 제주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날 모인 국제학교 학부모들의 표정은 예민했고 질문은 명확했으며 고민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한눈에 봐도 ‘결정을 앞둔 사람들’의 분위기였다.
22일과 23일에 열렸던 부산 해외 이민 박람회가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제주 세미나는 성격이 달랐다. 이곳을 찾은 학부모들은 이미 해외 교육 환경에 익숙했으며 미국 대학 입시에서 영주권이 가져오는 구조적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일수록 표정이 무거웠다. 내년이면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시점, 전공 선택도 늦출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영주권 유무에 따라 장학금·전문대학 진학·교육비 부담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부모는 “아이도 방향은 잡았는데 영주권만 없어요”라고 짧게 말했다. 그 문장 속에는 수년간의 고민과 뒤늦은 긴박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특히 눈에 띈 점은 다자녀 가정의 비율이었다. 제주 국제학교의 특성상 두 자녀·세 자녀 가정이 많았고 유학 비용이 한 명일 때와 세 명일 때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현실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상담에서도 그 고민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한 아버지는 첫째가 성인이 된 뒤에야 영주권을 신청해 “타이밍을 놓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둘째가 만 21세가 되기 전에 함께 영주권을 취득시키기 위해 자금 출처·세무 이슈까지 세밀하게 검토하며 세미나를 찾았다. 학부모들의 계산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녀 별로 최적의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교육적 설계였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흐름이 있었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가정일수록 ‘부모는 한국에 남고, 자녀만 독립적으로 영주권을 받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이민은 다른 이민 카테고리와 달리, “부모와 별도로 미성년 자녀가 독립적으로 투자이민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이나 취업 조건에 묶이지 않고 입시 전략만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녀를 사실상 독립시키는 형태로 관리가 가능하다”라는 점이 강한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이미 미국에서 학생비자 소지 중인 유학생이라면 투자이민과 신분 조정(I-485)를 동시에 신청하는 컨커런트 파일링(concurrent filing)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 허가 승인이 나면 영주권 취득 전에 미리 취업할 기회도 생긴다.
증여나 가족 재산 이전의 목적과 함께 자녀 중심 이민 설계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제주 학부모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부산에서는 NIW나 EB-1A처럼 직업군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한 반면, 제주에서는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EB-5 투자이민이 더욱 본질적인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미국식 커리큘럼에 익숙한 국제학교 학생일수록 영주권의 유무가 대학 입시, 장학금, 인턴 기회, 전문대학 진학 가능성까지 바꿔놓는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미나 내내 반복된 주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주권 보유 시 누릴 수 있는 In-state Tuition, 사립·주립대 장학금, 필요 기반 장학제도, 학자금 대출, 의대·치대·약대 같은 전문대학 진학에서의 문턱 완화. 많은 부모가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확실한 구조’로 설명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학부모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영주권이 있는 입시 전략과 없는 입시 전략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라는 말에 여러 부모의 표정이 굳어졌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5.11.20 이유리 미국변호사
[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미국 이민국(USCIS)은 지난 11월 14일, 미국 투자이민 EB-5 프로그램의 접수 수수료를 인하한 새로운 수수료 체계를 발표했다. 이는 2025년 11월 12일, 미국 이민 투자자 연합(AIIA)이 콜로라도 지방법원에서 USCIS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승소한 직후였다. 해당 소송은 2024년 4월 1일 발표된 EB-5 접수 수수료 대폭 인상 조치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제기된 것이었다.
USCIS는 2024년에 EB-5 투자이민 청원서인 I-526E 접수 수수료를 기존 3675달러에서 1만1160달러로 204% 인상했다. 조건부 영주권 해지 청원서(I-829) 수수료 역시 3750달러에서 9525달러로 154% 인상되었으며, EB-5 지역센터 프로젝트 청원서(I-956F) 신청 수수료는 1만7795달러에서 4만7695달러로 168% 증가했다.
이에 대해 미국 이민 투자자 연합(AIIA)은 이러한 인상이 자의적이며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2025년 11월 11일, 샬럿 노엘 스위니 연방 지방법원 판사는 USCIS가 EB-5 관련 청원 및 신청서 수수료를 불법적으로 인상했다고 판결했다. 스위니 판사는 USCIS가 2022년 제정된 EB-5 개혁 및 청렴성 법(106조)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법은 USCIS가 수수료를 변경하기 전에 반드시 ‘수수료 조사(feasibility study)’를 실시하고 이를 공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USCIS는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스위니 판사는 USCIS의 조치를 행정절차법(APA)에 따라 “자의적이고 법률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그 결과, 인상된 수수료 조치는 부분적으로 중단되었다.
소송에서 승소한 이후, 업계에서는 2024년 4월 1일 이후 인상된 금액으로 EB-5 청원을 제출한 투자자들이 수수료를 환불받을 수 있을지, 집단소송 가능성까지 검토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편, USCIS는 이번 소송 이전부터 EB-5 접수 수수료를 9625달러 수준으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따라서 빠르면 2025년 연말 또는 2026년 상반기에 이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인상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5.11.13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세상에는 ‘변하지 않는 법’보다 ‘바뀌는 분위기’가 더 무서운 때가 있다. 투자이민의 세계가 그렇다. 서류로 보면 EB-5 제도는 1990년 이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정치적 기류와 사회적 인식이 바뀔 때 마다 프로그램의 성격과 문턱, 그리고 이민자를 대하는 태도까지 달라져 왔다.
2025년 들어 미국 사회에서는 다시 한번 ‘이민’이 정치의 중심으로 올라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백만 달러 골드카드’를 언급하며 부유층 중심의 선택적 이민을 강조한 것이 대표적이다. 겉으로는 ‘부자만 받겠다’라는 말처럼 들리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이는 ‘이민의 질을 관리하겠다’라는 정치적 신호이기도 하다. 즉, 경제적 기여도를 기준으로 사람을 가려 받겠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EB-5 투자이민은 역설적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투자금으로 입국하는 가장 명확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이민을 그저 ‘투자금이 있으니 문제없다’라는 시선으로 보면 곤란하다. 투자이민도 결국 정치의 온도에 영향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해석이 달라지고, 심사 기준이나 우선순위가 눈에 띄지 않게 조정되기도 한다. 이민국(USCIS)의 처리 속도, 비자 발급 수량, 심지어 인터뷰의 분위기까지도 사회적 정서와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투자이민은 ’법률적 절차‘이면서 동시에 ’정치적 현상‘이다.
이런 흐름은 비단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럽 각국도 부유층 비자(Golden Visa) 제도를 두고 정치권 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이미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했고 영국도 몇 해 전 ‘러시아 자본’ 유입 논란으로 골든비자를 중단했다. 이유는 단 하나였다. ‘돈이 들어온다고 해서 그 돈이 항상 좋은 돈은 아니다’라는 사회적 인식의 확산이다. 결국 제도의 지속 여부는 단순한 법적 문제보다 사회가 그 제도를 ‘정당한가’라고 받아들이는 감정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법의 조항을 외우는 능력’이 아니라 정치적 공기의 흐름을 읽는 감각이다. 예를 들어, 선거철에는 대체로 보호무역·자국민 우선 정책이 강화된다.
이 시기에는 신규 투자이민자의 심사가 느려지거나 프로젝트 승인 절차가 보수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경기 침체기나 실업률이 높은 시기에는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정책적 유연성이 커진다. 즉, 정치의 방향이 ‘닫히는지 열리는지’를 파악하면 투자이민의 타이밍도 잡을 수 있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도 이 흐름은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이민정책은 세계 자본의 흐름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 인플레이션, 고용지표 등 경제 변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서 움직이는 정치적 리스크를 함께 읽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5.11.06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AI 시대의 미국 이민은 지금 거대한 변곡점 위에 서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빠른 속도로 일자리를 재편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미국은 과거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외 인재와 자본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저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문을 열어주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는 어떤 인재가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가, 어떤 자본이 실제 고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가 이민 제도의 핵심 잣대가 되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 AI 기술의 위상은 이미 수치로 증명된다. 최근 집계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구인 공고 중 약 1.8%가 AI 기술을 직접 요구하고 있고, 해당 직종의 연봉은 평균보다 약 28% 높게 책정된다. 주목할 점은 AI 역량이 더 이상 IT업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마케팅, 금융, 인사 관리 등 전통적인 ‘비IT 분야’에서도 생성형 AI를 활용한 효율 혁신이 확산하면서 이민 정책의 우선순위 역시 특정 기술을 보유한 고숙련 인재에 집중되고 있다. 미국 이민국이 EB-1A(특기자)와 NIW(고학력자 이민) 심사 기준을 잇달아 정교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히 학위와 논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실제 산업에 미치는 파급력과 실행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요구가 한층 강화된 것이다.
실제로 현장의 변화를 보면, ‘AI·로봇 분야 박사라면 미국 진출이 쉽다’라는 통념은 이제 절반만 맞다. 미국은 더 이상 연구 성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상용화되어 사회나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묻는다. 논문이나 특허보다 오히려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는 AI 솔루션, 제조업 자동화를 뒷받침하는 로봇 안전성 검증 시스템처럼 실제 채택과 배포 사례가 중요한 증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EB-1A를 준비하는 연구자나 창업가들은 ‘지속적 명성’이라는 추상적 표현 대신 계약, 납품, 표준화 참여, 정부 채택 기록 같은 구체적 자료를 내세우는 전략이 요구된다.
자본을 통한 영주권인 EB-5 역시 AI 시대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EB-5의 본질은 투자 자금으로 미국 내에서 최소 10개의 풀타임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산업에서는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면서 직접 고용 창출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여기에도 해법은 존재한다. 지역센터를 통한 EB-5 프로젝트는 간접 고용까지 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대규모 자동화 설비 투자나 물류 인프라 구축 사업도 경제모형을 통해 충분히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직접 인력을 대규모로 고용하는 프로젝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자동화 산업 프로젝트는 경제 분석을 활용해 간접 고용을 설계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