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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미국에서 국제 학생이 대학에 재학하는 동안 인턴십을 찾는 일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최근 몇 년 사이 그 과정은 이전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최근 미국 노동시장을 보면 신규 채용과 인턴십이 동시에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경기의 변화, 기업의 비용 관리, 정부 정책의 변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엇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지금 미국에서 취업 기회를 찾는 국제 학생들이 마주하는 환경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는 사실이다.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에도 취업 경쟁은 쉽지 않다. 그러나 그들은 노동시장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지위를 갖고 있다. 다양한 네트워크와 기회를 활용할 수 있고, 기업 역시 채용 과정에서 신분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반면 국제 학생에는 이와 다른 조건이 존재한다.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유학생, 또는 앞으로 미국 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우리의 자녀들이 직면하게 될 현실은 조금 더 복잡하다.
유학생이 인턴십을 찾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부딪히는 장벽은 인터뷰 기회를 얻는 것 자체다. 많은 학생이 수십 곳, 때로는 그 이상의 기업에 지원서를 제출하지만 인터뷰 제안을 받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어렵게 인터뷰 기회를 얻었다고 해도 대부분의 기업은 한 가지 질문을 반드시 던진다. “현재 또는 앞으로 비자 스폰서가 필요한가?” 이 질문에 “Yes”라고 답하는 순간 상황은 달라진다. 상당수 기업에서 채용 절차가 사실상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비교적 명확하다. H-1B 비자를 스폰서 하려면 기업은 이민 변호사 비용과 정부 수수료, 행정 처리 시간 등을 감수해야 한다. 비용뿐 아니라 관리 부담도 적지 않다. 더욱 중요한 문제는 그 과정이 확실한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이 스폰서를 제공한다고 해서 그 지원자가 H-1B 추첨에서 반드시 선발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국제 학생 인턴을 채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불확실성을 감수하는 결정이 된다. 예를 들어 OPT로 1년 또는 몇 년 동안 근무할 수는 있지만 이후 H-1B 비자를 받지 못하면 회사에서 계속 일할 수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많은 회사가 채용 공고에 아예 “No visa sponsorship”이라는 문구를 명시해 두기도 한다...(이하 전문)
출처 : 매일경제 (원문보기)
[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미국투자이민(EB-5) 제도는 2022년 미국 투자이민 청렴개혁법(RIA, Reform and Integrity Act)이 시행되면서 제도 구조가 크게 바뀌었다. 농촌 지역, 고실업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일정 비자를 따로 배정하는 예약 비자 제도가 도입됐고, 프로젝트의 구조를 먼저 검증하는 I-956F 프로젝트 사전 승인 제도도 새롭게 자리 잡았다. 이러한 변화는 EB-5 프로그램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지만 실제 이민 심사가 어떤 기준과 순서로 운영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그 결과 시장에서는 심사 방식에 대해 여러 해석이 동시에 존재했고, 투자자와 업계 모두 향후 심사 운영 원칙에 대해 궁금증을 갖는 상황이 이어져 왔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국 이민국(USCIS)은 2026년 2월 25일 EB-5 심사 관리 방식에 대한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보다는 RIA 이후 변화된 제도 환경 속에서 이민국이 EB-5 청원을 어떤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인지 그 기본적인 운영 기준을 설명하는 성격에 가깝다. 특히 투자자 청원서인 I-526E 심사가 어떤 순서로 배정되고 진행되는지에 대해 이민국의 공식적인 관리 방식을 밝힌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업데이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프로젝트 승인 절차가 투자자 심사의 출발점이 된다는 점이다. EB-5 투자이민은 개인 투자자가 제출하는 I-526E 청원서와 투자 프로젝트가 제출하는 I-956F 신청서라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이민국은 앞으로 프로젝트 신청서인 I-956F에 대한 승인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한 개인의 I-526E 청원서를 본격적으로 검토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다시 말해 프로젝트가 법적 요건을 충족하고 이민국의 승인을 받는 과정이 먼저 진행되고, 그 이후 투자자 청원이 이어지는 흐름이 보다 분명해지는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 구조를 먼저 검증한 뒤 투자자 심사를 진행함으로써 행정 절차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또 하나의 변화는 심사 대기열의 구조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청원이 하나의 대기열 안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형태에 가까웠지만, EB-5 프로그램 개혁 이후 비자 배정 구조가 달라지면서 심사 방식 역시 이에 맞춰 조정되고 있다. 미국 투자이민 청렴개혁법(RIA)이 시행된 이후 EB-5 비자는 농촌 지역, 고실업 지역, 인프라 프로젝트 등 몇 가지 범주로 나뉘어 일정 비자가 따로 배정되는 구조를 갖게 됐다. 이민국은 이러한 구조에 맞춰 심사 대기열을 세분화할 수 있도록 관리 방식을 조정하고 있다...(이하 전문)
출처 : 매일경제 (원문보기)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요즘 유학생 부모들의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입학’이 아니다. 오히려 ‘그다음’이다. 대학 진학은 여전히 가능하다. 문제는 졸업 이후다. 미국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려는 자녀에게 남아 있는 선택지가 과연 얼마나 안정적인가, 그 질문이 훨씬 무겁게 다가온다.
최근 H-1B 제도의 구조 변화는 이런 고민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고 있다. 전통적으로 H-1B는 로터리라는 불확실성을 감수해야 하는 제도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단순 추첨 중심에서 벗어나 임금 수준, 직무 전문성, 고숙련 인재 여부를 더욱 강조하는 방향으로 제도 설계가 조정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 ‘누가 더 준비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산업과 어떤 임금 구간에 속하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지는 구조다. 기술 산업 중심의 선별 경향은 뚜렷해졌고, 글로벌 인재 경쟁이 심화하면서 기업들의 채용 전략 역시 더욱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유학생 부모 입장에서는 이 변화가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 취업비자 경로는 여전히 가능하지만, 그 예측 가능성은 과거보다 낮아졌다는 점이다. 특히 STEM 분야가 아닌 전공, 중소 규모 기업 취업, 또는 경기 변동에 민감한 산업에 진입할 경우 리스크는 더 커진다. 이 구조 안에서 아이의 미래를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변수의 크기가 만만치 않다.
이 지점에서 미국투자이민이 다시 전략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흥미로운 점은, 이를 바라보는 관점이 크게 달라졌다는 사실이다. 예전에는 미국에 정착하기 위한 경로 중 하나로 이해됐다면, 지금은 ‘커리어 리스크를 줄이는 구조적 장치’로 해석된다. 영주권은 더 이상 이민 선언이 아니다. 미국에 남을지, 한국으로 돌아올지, 제3국으로 이동할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다. 선택권을 확보한 상태에서 커리어를 설계하는 것과 제약 속에서 기회를 기다리는 것은 전혀 다른 전략이다.
2027년을 앞두고 제기되는 투자금 인상 가능성은 이 판단을 더욱 가속한다. 현재 80만 달러 기준은 정책적 과도기 구간에 놓여 있다. 투자이민 제도는 역사적으로 일정 주기 마다 기준을 조정해 왔고, 문턱이 높아질 때 마다 수요는 선제적으로 움직였다. 이번에도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다만 이번 수요 증가는 과열 심리라기보다는 계산에 가깝다. 아이가 졸업을 앞둔 가정, 혹은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들이 “경로를 미리 정리해 두는 것”을 선택지로 올려놓고 있다.
최근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현상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투자이민을 수익률 중심 투자로 접근하기보다 신분 확보를 위한 구조적 안전성에 초점을 맞추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정책과 연동된 공공 성격의 프로젝트는 자금 사용 목적과 고용 창출 구조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자녀의 미래를 전제로 한 의사결정에서는 공격적 수익보다 설명 가능성과 안정성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이하 전문)
출처 : 매일경제 (원문보기)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한국에서 자녀를 국제학교에 보내는 선택은 이제 낯설지 않다. 인가 국제학교뿐 아니라 비인가 국제학교를 택하는 가정도 늘고 있고, 미국 체류 자격이나 영주권이 없는 상태에서 오직 교육만을 이유로 국제학교 커리큘럼을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어 환경에서 성장시키고 해외 대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길을 열어주고 싶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이 선택에는 종종 간과되는 전제가 있다. 국제학교 교육은 그 자체로 완결된 경로가 아니라, 일정한 법적 기반 위에서만 온전히 작동하는 트랙이라는 점이다.
국제학교 단계에서는 이 문제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학생들은 미국·영국식 커리큘럼을 이수하고 AP·IB를 준비하며 SAT 점수와 다양한 활동 이력을 쌓는다. 겉으로 보면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한 준비가 차곡차곡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이나 영주권이 없다면 대학 입시 단계에서 ‘미국 내 지원자’가 아닌 ‘국제학생’으로 분류된다. 이구분은 행정상의 차이가 아니라 경쟁 구조를 바꾸는 요소다. 다수의 명문대는 국제학생 비율을 5~10% 내외로 제한하고 있으며, 국제학생은 훨씬 작은 정원 안에서 전 세계 최상위 지원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재정 측면에서도 차이가 발생한다.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는 연방 학자금 보조와 각종 재정 보조의 대상이 되지만, 국제학생은 지원 범위가 제한되거나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입시가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신분의 문제로 전환되는 순간이다.
이 격차는 대학 입학 이후에도 이어진다. 일부 연구 트랙과 정부 관련 프로젝트는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전제로 운영되며, 인턴십과 현장 실습에서도 비자 조건이 제약으로 작용한다. 특히 전문직 진로를 목표로 할 경우 체류 자격은 결정적 변수로 작동한다. 미국 의대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수의 의대는 시민권자 또는 영주권자만 지원을 허용하며 외국인에게 문을 여는 학교는 극히 제한적이다. 설령 입학에 성공하더라도 졸업 후 필수 과정인 레지던시 단계에서 다시 체류 자격 문제가 등장한다. 많은 병원이 비자 스폰서를 하지 않거나 영주권자를 우선 선발한다는 점에서 교육을 마쳐도 제도가 완성되지 않으면 진로는 막힐 수 있다.
로스쿨 역시 구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입학은 학생비자로 가능하지만, 졸업 후 취업 단계에서 체류 자격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된다. OPT 기간은 제한적이고 이후 필요한 취업비자는 추첨제로 운영된다. 로펌 입장에서는 비자 리스크가 있는 신입 변호사보다 장기 고용이 가능한 영주권자나 시민권자를 선호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다. 결국 문제는 학생의 능력이 아니라 고용 안정성과 제도적 불확실성에 있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제약이 국제학교의 질이나 학생의 역량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핵심은 교육 경로가 전제하는 법적 신분과 실제 학생이 가진 체류 자격 사이의 불일치다. 국제학교에서 미국 대학, 그리고 의대나 로스쿨로 이어지는 시스템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국 거주 자격을 가진 학생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다. 체류 자격을 고려하지 않은 국제교육은 출발은 화려할 수 있지만 중간 단계에서 보이지 않는 장벽과 마주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이하 전문)
출처 : 매일경제 (원문보기)
[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H-1B 비자는 오랫동안 ‘확률의 게임’에 가까웠다. 기업이 스폰서를 제공하고 지원자가 학력과 전공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마지막 관문은 결국 로터리였다. 아무리 준비가 철저해도 추첨에서 탈락하면 기회는 다음 해로 미뤄졌고 기업과 지원자 모두 제도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수해야 했다.
그러나 2027 회계연도 H-1B부터 그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뀐다. 미국 이민국(USCIS)은 단순 무작위 추첨에서 벗어나 ‘임금 기반 가중 추첨(Weighted Selection)’ 방식을 도입했다. 이제는 얼마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인가가 당첨 확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단순 절차 수정이 아니라, H-1B 제도의 선발 철학을 재정의하는 변화다.
올해 전자 등록은 미국 동부 시간 기준 3월 4일 오후 12시에 시작되어 3월 19일까지 진행되며, 3월 31일에 선정 결과가 통지된다. 4월 1일부터는 본 청원 접수가 가능하다. 등록비는 기존 10달러에서 215달러로 크게 인상되었다. 이는 무분별한 중복 접수를 억제하고 제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정책적 의도로 해석된다. 기업과 스폰서는 반드시 USCIS 온라인 계정을 갖추어야 하며, 행정 절차의 정확성과 관리 역량이 더욱 중요해졌다.
가장 핵심적인 변화는 임금 수준에 따른 추첨 기회의 차등 부여다. 노동부 임금 체계에 따라 Level I부터 Level IV까지 네 단계로 나뉘며, Level IV는 네 번, Level I은 한 번의 추첨 기회를 부여받는다. 같은 신청자 풀에 포함되더라도 기회 자체가 달라지는 구조다. 고임금·고숙련 직무가 구조적으로 유리해지는 방식이며 미국 근로자의 임금 보호와 고용 안정이라는 정책적 방향이 반영된 결과다.
이러한 변화는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고연봉 전문직과 숙련 인력에는 유리한 구조가 형성될 수 있지만, 초임 수준 포지션이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기업에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신생 기업은 임금 설계 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임금 Level 설정이다. 그저 높은 Level을 선택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실제 직무 내용, 요구 학력과 경력, 조직 내 역할이 임금 수준과 논리적으로 일치해야 한다. 과도하게 낮게 설정하면 당첨 확률이 낮아지고, 무리하게 높게 설정하면 기업의 재무 능력과의 불일치로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이하 전문)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6.02.04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투자자들의 시선은 더욱 본질적인 가치를 향한다. 화려한 청사진이나 장밋빛 기대 수익률 대신, 예측 불가능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책임의 구조’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투자이민(EB-5)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EB-5 시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지적된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민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초기에는 견고한 ‘상환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 예컨대 분양 지연, 금리 인상, 자금 조달 환경의 급변 앞에서 그 능력은 ‘조건부’ 였음이 드러났다. 상환이 불가능해서가 아니었다. 상환을 미루더라도 당장 치러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원금 회수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환 능력’과 ‘상환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공공 인프라 EB-5 프로젝트의 채무자는 대부분 정부 기관 또는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들의 재무 구조는 단기적 수익성에 좌우되는 민간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들의 존립 기반은 시장의 평가가 아닌, 제도적 신뢰와 공신력이다. 만약 공공기관이 채무를 불이행한다면, 이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기관의 신용등급은 추락하고 향후 모든 공공사업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며, 연방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연쇄적인 파국으로 이어진다. 결국 상환을 포기하는 선택은 기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공공주택청이나 관련 공공기관은 연방 규정에 따라 엄격한 재정 감독을 받는다. 채무 불이행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방정부는 해당 기관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직접 관리에 나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상환 재원 또한 변동성이 큰 분양이나 매각 수익이 아닌, 공공 임대료 수입이나 정부 예산과 같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기반한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이 최근 EB-5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잘 되면 갚는다’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안 갚는 것이 더 위험한 구조’라는 현실적 대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스턴 벙커힐 공공 주택 재개발 프로젝트는 이러한 투자자 인식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진행된 1차 프로젝트는 공공 인프라 특유의 책임 구조와 안정적인 상환 논리가 시장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이른 시점에 모집이 마감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프로젝트 역시 마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이민국(USCIS)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별도로 구분하고 우선 심사 대상에 포함한 배경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책임 주체가 명확하고 상환 구조가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설명 가능한 프로젝트에 행정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이민 제도의 신뢰성 유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견고한 상환 구조를 갖춘 영역으로 자금을 유도함으로써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6.01.30 이문희 미국변호사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미국 영주권을 신청한 고객들과 상담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보통 영주권 대기 기간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이상 걸린다. 이 애매한 시간 동안 아이를 한국 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둘지, 아니면 국제학교를 통해 미국 교육 과정에 미리 노출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 질문에 답할 때, 나는 늘 아이의 나이부터 살펴본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보다 어리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 흡수력이 매우 빠르다. 미국으로 이주할 경우 영어를 익히는 속도만큼이나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이 연령대라면 영주권을 기다리는 동안은 한국어 기반을 조금 더 단단히 다져주는 편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반면, 초등 고학년 이후의 아이들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시기부터는 이주 전에 영어에 대한 준비 여부가 미국 적응의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많은 부모가 말하기(Speaking)를 가장 먼저 걱정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가장 빨리 습득하는 것은 말하기다. 학교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고 훈련이 필요한 것은 읽기(Reading)와 쓰기(Writing)다. 미국 학교에서는 이 기초를 처음부터 세심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영주권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학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가 국제학교’만을 뜻하지 않는다. 송도 채드윅이나 제주 지역의 국제학교들은 분명 훌륭한 학교들이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는 접근성이다. 서울이나 경기권에 사는 가정이라면, 이들 학교에 보내기 위해 사실상 해외 이주에 준하는 생활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한국에서 초·중·고 전 과정을 마칠 계획이라면 이런 선택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고, 몇 년 안에 미국으로 이주할 계획이 분명한 가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송도나 제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과 경기권 안에는 접근성이 좋은 이른바 ‘비인가 국제학교’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인가·비인가의 기준은 미국의 기준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정부 인가를 받은 학교를 졸업해야 한국 고등학교 졸업과 동일한 학력이 인정된다. 즉, 인가 국제학교 졸업자는 별도의 검정고시 없이도 국내 대학 지원 자격을 갖게 된다. 반면 비인가 국제학교의 경우, 국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검정고시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이하 생략)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15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2026년 새해 첫 주, 보스턴의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하나의 분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투자이민은 더 이상 개인의 자산 이전이나 영주권 취득을 위한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국가와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보스턴은 이미 그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었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 취임식에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하고 보스턴 주택청과의 미팅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안정적인 EB-5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저소득층 주거 문제 해결과 해외 자본 유치를 하나의 구조로 엮어낸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이른바 ‘공공 투자이민’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는 민간 개발을 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직접 설계한 정책 시스템에 글로벌 자본을 결합한 모델이었다.
보스턴 벙커힐 공공주택 재개발 프로젝트는 기존 민간 개발형 미국투자이민 프로젝트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 사업은 보스턴시와 보스턴 주택청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 인프라 사업이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약 1100호를 철거하고 2699호의 혼합 소득 주택을 새로 짓는 대규모 재개발이지만,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사업의 성패를 분양률이나 민간 개발사의 역량에 맡기지 않고, 공공의 지속성과 책임성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기존 EB-5 프로젝트와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자금 설계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셸 우 시장이 2024년 11월 발표한 ‘Housing Accelerator Fund’가 투입된다. 보스턴시가 자체 재정으로 직접 조성한 1억 1천만 달러 규모의 기금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자금이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로젝트 완공 후 발생하는 공공임대료 수입은 시정부로 환수되고, 이 자금은 다시 다른 공공주택 사업에 재투자된다. 자본을 소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전시키는 구조다. 공공주택을 비용이 아닌 금융 구조로 설계한 정책적 선택이다.
주거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다. 보스턴은 이 문제 앞에서 정부가 주인이고, 정부가 책임지며, 정부가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성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로 구현되고 있었다.
보스턴 주택청과의 대화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 공공기관의 태도였다. 그들은 ‘안전하다’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기대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의 시각에서 질문을 세분화하고, 그 질문에 구조로 답했다. 토지 소유와 운영 주체가 시정부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 개발사의 부도나 시행 리스크는 구조적으로 제한된다는 점, 공공임대료는 정책적 틀 안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 그리고 시정부뿐 아니라 주·연방 정부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리스크가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공공기관의 ‘세일즈’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정책을 투자자의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었다.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감정적 설득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신뢰라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보스턴에서 체감한 현실은 분명하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은 도시의 핵심 정치 의제가 되고 있다. 보스턴시는 이 문제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았다.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공급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투자이민은 ‘부자들의 영주권 통로’가 아니라, 주거 정책을 실행하는 재원 조달 장치로 재정의된다. 이민정책과 주거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정책 목적을 다른 정책의 도구로 연결한 것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명확하다. 공공이 필요한 영역에 공공이 개입하되, 부족한 자본은 민간과 해외에서 조달하고, 그 운용은 공공의 규율로 통제한다는 점이다. ‘공공은 비용’이라는 오래된 관념을 깨고, 공공을 회전하는 자본으로 설계한 접근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역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 압박, 공공주택 재원 부담, 지역 간 미분양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공 인프라와 주거 재원을 해외 자본과 결합해 조달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공공 투자이민 모델은 국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정부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그 자본이 다시 공공 영역으로 환수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08 이문희 미국변호사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거의 30년 전,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나는 ‘비자’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모든 답을 알려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 하나로 유학원을 찾았고, 필요한 서류를 내밀었으며, 마지막 관문은 주한 미국 대사관 인터뷰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대사관을 찾을 때면 괜히 마음이 굳어지는 걸 보면,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날의 나는 아마 몹시도 떨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과한 뒤, 미국에 사는 지인의 지인을 어렵게 수소문해 공항에 나와줄 사람을 찾았다. 그 고마움이 얼마나 컸는지는 미국 공항에 도착해서야 실감했다. 만약 그분이 나오지 않았다면 낯선 공항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채 서 있었을 ‘어서 와, 미국은 처음이지’의 내 모습이 쉽게 떠올랐다. 그렇게 나의 유학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F-1 비자’를 가진 외국인 학생이라는 사실이 단순한 신분 설명이 아니라, 삶의 범위를 규정하는 장치라는 것을 말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유학 자금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내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보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봤지만, 돌아온 답은 명확했다. F-1 비자 신분으로는 합법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캠퍼스 내에서 허용되는 극히 제한적인 예외는 있었지만, 그것은 ‘허용’이라기보다는 ‘관리된 예외’에 가까웠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비자는 나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을. 미국의 비자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다. 각 비자에는 체류 목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그 목적을 벗어나는 순간 신분 위반이 된다. 학생 비자는 공부만 하라고 있는 비자다. 일하면 안 되고, 소득 활동을 하면 안 되며, 장기적인 체류 계획을 전제로 한 행동 역시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 구조 안에서 개인의 의지나 성실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신분이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일할 수 없고, 직업을 선택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를 세우기도 어렵다. 심지어 주거 계약, 금융 거래,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도 신분의 그림자 아래 놓인다.
그때 처음으로 ‘신분의 한계’라는 벽을 체감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 제한을 넘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 질문의 끝에서 만난 단어가 바로 ‘Green Card’, 미국 영주권이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영주권은 그저 체류 기간이 긴 비자가 아니다. 영주권은 미국 사회 안에서 하나의 경제 주체로 인정받는 최소 조건이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고용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직업과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류의 지속 여부가 타인의 결정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땅에서 ‘제한된 신분’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비자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조건부다. 학교, 회사, 스폰서, 정책 변화 중 하나만 흔들려도 체류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반면 영주권자는 제도 안에서 예측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를 넘어, 삶의 질과 선택의 폭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돌이켜보면, 이 집요한 질문과 문제의식이 나를 미국 변호사의 길로 이끈 셈이다. 유학생 시절은 물론이고, 영주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나는 수없이 많은 한국인을 보았다. 단 하나의 영주권을 위해 회사 스폰서에 의존하고, 이민 서류를 맡긴 변호사에게 모든 운명을 걸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말이다. 능력과 성실함은 충분하지만,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지가 제한되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02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2026년 미국투자이민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오르느냐”라는 질문이다. 숫자는 직관적이고 불안을 단순한 계산으로 바꿔주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이 마주한 변화는 투자이민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특히 EB-5는 2022년 RIA 체계 아래에서 투자금이 법정 기준으로 재정비됐고, 향후에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자동 조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자동 조정의 첫 적용 시점이 2027년 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언젠가 오르겠지’ 수준의 전망이 아니라 제도 구조가 이미 예고한 시간표에 가깝다.
현재 제도상 최소 투자금은 TEA(농촌·고실업 지역 등) 또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해당하면 80만 달러, 그 외는 105만 달러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 구도 자체가 향후 조정 국면에서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6년은 “투자금이 오르기 전 서둘러야 하는 해”라기 보다, “투자이민이 더 ‘선별되는 시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판단의 기준을 재정렬해야 하는 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전환이 가져올 첫 번째 변화는 흔히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영주권만 나오면 된다’라는 단순한 목표 설정은 ‘영주권도 받고 투자금도 회수해야 한다’라는 이중의 과제로 확장된다. EB-5의 본질이 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따라서 시장의 표준은 점점 더 “이 프로젝트가 어떤 상환 구조를 갖고 있는가, 고용 창출은 어떤 모델로 설계되어 있는가, 개발 주체의 재무와 실행력은 검증 가능한가” 같은 구조적 질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 변화라기보다, 투자금 상승이 요구하는 합리적 방어기제가 시장 전체에 확산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변화는 동시 접수(Concurrent Filing)의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동시 접수는 미국 내 합법 체류자에게 I-526E와 I-485를 함께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영주권 최종 승인 이전에도 노동 허가(EAD)와 여행 허가(AP)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OPT의 변동성, H-1B의 경쟁과 비용 부담, 정책 변화에 따른 체류 리스크가 반복될수록, 동시 접수가 제공하는 법적 안정성은 비용 대비 효용의 관점에서 더욱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실전 전략은 ‘서두르자’ 같은 구호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투자금 조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신청 수요가 몰리고 수요가 몰리면 프로젝트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거나 검토 시간이 얇아지기 쉽다. EB-5에서 가장 비용이 큰 실수는 대체로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상환 구조와 담보의 실질, 자금 흐름의 현실성, 고용 창출 모델의 설계와 산정 방식, 개발사의 과거 이력과 재무 상태, 그리고 문서에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를 확인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이 붐빌수록, 결정이 늦을수록, 좋은 선택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만 남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냉정히 봐야 한다.
프로젝트를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겉으로는 모두 승인 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EB-5의 승패는 승인 서류의 존재가 아니라 구조의 질에서 갈린다. 예컨대 I-956F 승인은 프로젝트가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판단과 맞닿아 있지만, 투자금 상환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성격은 아니다. 이 구분이 흐려질 때, 투자자는 ‘승인’과 ‘안전’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한다. 제도는 영주권 요건을 판단하고, 시장은 상환 가능성을 판단한다. 투자자는 이 둘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결국 2026년 투자이민의 핵심은, 체크리스트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상환 재원이 하나의 가정에만 걸려 있는지, 여러 경로로 분산되어 있는지, 투자자의 상환 순위가 실제로 보호받는 위치인지, 상환 시점의 설계가 현실적인지, 만약 계획이 어긋날 때 투자자를 방어하는 장치가 존재하는지 같은 질문들은 문장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답은 언제나 구조 속에 숨는다. 고용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1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서 산출되는지, 가정이 흔들릴 때 보완 장치가 무엇인지까지 읽어야 한다. 개발사 평가 또한 광고 문구나 평판의 인상비평이 아니라, 과거 수행 이력과 재무 건전성, 리스크 관리 능력이 문서와 데이터로 설명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