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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2.04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투자자들의 시선은 더욱 본질적인 가치를 향한다. 화려한 청사진이나 장밋빛 기대 수익률 대신, 예측 불가능한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책임의 구조’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투자이민(EB-5) 시장에서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여년간 EB-5 시장의 아픈 손가락으로 지적된 문제의 핵심이 바로 여기에 있다. 수많은 민간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는 초기에는 견고한 ‘상환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 변수, 예컨대 분양 지연, 금리 인상, 자금 조달 환경의 급변 앞에서 그 능력은 ‘조건부’ 였음이 드러났다. 상환이 불가능해서가 아니었다. 상환을 미루더라도 당장 치러야 할 비용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투자자의 원금 회수는 자연스럽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바로 이 지점에서 ‘상환 능력’과 ‘상환 구조’의 근본적인 차이가 드러난다.
공공 인프라 EB-5 프로젝트의 채무자는 대부분 정부 기관 또는 그에 준하는 공공기관이다. 이들의 재무 구조는 단기적 수익성에 좌우되는 민간 기업과 본질적으로 다르다. 이들의 존립 기반은 시장의 평가가 아닌, 제도적 신뢰와 공신력이다. 만약 공공기관이 채무를 불이행한다면, 이는 단순히 하나의 프로젝트 실패로 끝나지 않는다. 기관의 신용등급은 추락하고 향후 모든 공공사업의 자금 조달 길이 막히며, 연방 정부로부터의 보조금 지원이 중단되는 등 연쇄적인 파국으로 이어진다. 결국 상환을 포기하는 선택은 기관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결정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공공주택청이나 관련 공공기관은 연방 규정에 따라 엄격한 재정 감독을 받는다. 채무 불이행과 같은 비상 상황이 발생할 경우, 연방정부는 해당 기관의 운영권을 박탈하고 직접 관리에 나설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상환 재원 또한 변동성이 큰 분양이나 매각 수익이 아닌, 공공 임대료 수입이나 정부 예산과 같이 안정적인 현금 흐름에 기반한다.
이러한 구조적 안정성이 최근 EB-5 시장에서 다시 주목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고금리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투자자들은 ‘잘 되면 갚는다’라는 막연한 기대보다 ‘안 갚는 것이 더 위험한 구조’라는 현실적 대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보스턴 벙커힐 공공 주택 재개발 프로젝트는 이러한 투자자 인식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해 진행된 1차 프로젝트는 공공 인프라 특유의 책임 구조와 안정적인 상환 논리가 시장에서 빠르게 공유되며 이른 시점에 모집이 마감되었다. 현재 진행 중인 2차 프로젝트 역시 마감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투자자들이 어떤 기준으로 프로젝트의 가치를 평가하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미국 이민국(USCIS)이 공공 인프라 프로젝트를 별도로 구분하고 우선 심사 대상에 포함한 배경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책임 주체가 명확하고 상환 구조가 제도권 안에서 투명하게 설명 가능한 프로젝트에 행정적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은 투자자 보호와 이민 제도의 신뢰성 유지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견고한 상환 구조를 갖춘 영역으로 자금을 유도함으로써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
2026.01.30 이문희 미국변호사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미국 영주권을 신청한 고객들과 상담하다 보면 종종 이런 질문을 받는다. “영주권이 나오기 전까지, 아이 교육은 어떻게 준비하는 게 좋을까요?” 보통 영주권 대기 기간은 짧게는 2년, 길게는 4년 이상 걸린다. 이 애매한 시간 동안 아이를 한국 교육 시스템에 그대로 둘지, 아니면 국제학교를 통해 미국 교육 과정에 미리 노출할지를 두고 고민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이 질문에 답할 때, 나는 늘 아이의 나이부터 살펴본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보다 어리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언어 흡수력이 매우 빠르다. 미국으로 이주할 경우 영어를 익히는 속도만큼이나 한국어를 잃어버리는 속도도 빠르다. 그래서 이 연령대라면 영주권을 기다리는 동안은 한국어 기반을 조금 더 단단히 다져주는 편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반면, 초등 고학년 이후의 아이들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시기부터는 이주 전에 영어에 대한 준비 여부가 미국 적응의 속도를 크게 좌우한다. 많은 부모가 말하기(Speaking)를 가장 먼저 걱정하지만, 실제로 아이들이 가장 빨리 습득하는 것은 말하기다. 학교와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오히려 시간이 걸리고 훈련이 필요한 것은 읽기(Reading)와 쓰기(Writing)다. 미국 학교에서는 이 기초를 처음부터 세심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이미 갖추고 있다는 전제 위에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 연령대의 아이들이라면, 영주권을 기다리는 기간 동안 국제학교에 다니는 것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학교는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인가 국제학교’만을 뜻하지 않는다. 송도 채드윅이나 제주 지역의 국제학교들은 분명 훌륭한 학교들이다. 다만 현실적인 문제는 접근성이다. 서울이나 경기권에 사는 가정이라면, 이들 학교에 보내기 위해 사실상 해외 이주에 준하는 생활 이동을 감수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한국에서 초·중·고 전 과정을 마칠 계획이라면 이런 선택도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 그러나 영주권을 준비하고 있고, 몇 년 안에 미국으로 이주할 계획이 분명한 가정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굳이 송도나 제주까지 가지 않더라도 서울과 경기권 안에는 접근성이 좋은 이른바 ‘비인가 국제학교’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인가·비인가의 기준은 미국의 기준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정부 인가를 받은 학교를 졸업해야 한국 고등학교 졸업과 동일한 학력이 인정된다. 즉, 인가 국제학교 졸업자는 별도의 검정고시 없이도 국내 대학 지원 자격을 갖게 된다. 반면 비인가 국제학교의 경우, 국내 대학 진학을 염두에 둔다면 검정고시 등 추가적인 절차가 필요하다...(이하 생략)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15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2026년 새해 첫 주, 보스턴의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 하나의 분명한 결론에 도달했다. 미국투자이민은 더 이상 개인의 자산 이전이나 영주권 취득을 위한 수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국가와 도시가 직면한 구조적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 도구가 될 수 있으며, 보스턴은 이미 그 가능성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었다.
미셸 우 보스턴 시장 취임식에 공식 초청을 받아 참석하고 보스턴 주택청과의 미팅을 통해 확인한 것은 안정적인 EB-5 프로젝트 하나가 아니었다. 그 이면에는 저소득층 주거 문제 해결과 해외 자본 유치를 하나의 구조로 엮어낸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 이른바 ‘공공 투자이민’이라는 개념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는 민간 개발을 보조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이 직접 설계한 정책 시스템에 글로벌 자본을 결합한 모델이었다.
보스턴 벙커힐 공공주택 재개발 프로젝트는 기존 민간 개발형 미국투자이민 프로젝트와 출발점부터 다르다. 이 사업은 보스턴시와 보스턴 주택청이 직접 소유하고 관리하는 공공 인프라 사업이다. 노후 공공임대주택 약 1100호를 철거하고 2699호의 혼합 소득 주택을 새로 짓는 대규모 재개발이지만, 이 프로젝트의 본질은 규모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사업의 성패를 분양률이나 민간 개발사의 역량에 맡기지 않고, 공공의 지속성과 책임성 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기존 EB-5 프로젝트와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자금 설계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에는 미셸 우 시장이 2024년 11월 발표한 ‘Housing Accelerator Fund’가 투입된다. 보스턴시가 자체 재정으로 직접 조성한 1억 1천만 달러 규모의 기금이다. 더 중요한 점은 이 자금이 일회성 예산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프로젝트 완공 후 발생하는 공공임대료 수입은 시정부로 환수되고, 이 자금은 다시 다른 공공주택 사업에 재투자된다. 자본을 소진하는 방식이 아니라, 회전시키는 구조다. 공공주택을 비용이 아닌 금융 구조로 설계한 정책적 선택이다.
주거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가장 민감한 정치·사회적 이슈다. 보스턴은 이 문제 앞에서 정부가 주인이고, 정부가 책임지며, 정부가 자본의 흐름을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성은 선언이 아니라 설계된 구조로 구현되고 있었다.
보스턴 주택청과의 대화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미국 공공기관의 태도였다. 그들은 ‘안전하다’라는 추상적인 표현에 기대지 않았다. 대신 투자자의 시각에서 질문을 세분화하고, 그 질문에 구조로 답했다. 토지 소유와 운영 주체가 시정부와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민간 개발사의 부도나 시행 리스크는 구조적으로 제한된다는 점, 공공임대료는 정책적 틀 안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시장 변동성에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점, 그리고 시정부뿐 아니라 주·연방 정부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리스크가 한 기관에 집중되지 않는다는 점을 차분히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공공기관의 ‘세일즈’가 무엇인지 이해하게 됐다. 그것은 과장이 아니라 정책을 투자자의 언어로 설명하는 능력이었다.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데 필요한 것은 감정적 설득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신뢰라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보스턴에서 체감한 현실은 분명하다. 주택 가격과 임대료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저소득층의 주거 불안은 도시의 핵심 정치 의제가 되고 있다. 보스턴시는 이 문제를 시장에만 맡기지 않았다. 공공임대주택을 직접 공급하고, 그 재원을 마련하는 방식 자체를 혁신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투자이민은 ‘부자들의 영주권 통로’가 아니라, 주거 정책을 실행하는 재원 조달 장치로 재정의된다. 이민정책과 주거정책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정책 목적을 다른 정책의 도구로 연결한 것이다.
이 모델의 핵심은 명확하다. 공공이 필요한 영역에 공공이 개입하되, 부족한 자본은 민간과 해외에서 조달하고, 그 운용은 공공의 규율로 통제한다는 점이다. ‘공공은 비용’이라는 오래된 관념을 깨고, 공공을 회전하는 자본으로 설계한 접근이다.
이 지점에서 한국 역시 질문을 던져야 할 시점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 압박, 공공주택 재원 부담, 지역 간 미분양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동시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공 인프라와 주거 재원을 해외 자본과 결합해 조달할 수는 없는가 하는 질문이다. 공공 투자이민 모델은 국익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정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정부가 직접 소유·운영하는 공공 프로젝트에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 그 자본이 다시 공공 영역으로 환수되는 구조를 만든다면, 이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정책의 실행력을 높이는 장치가 될 수 있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08 이문희 미국변호사
[이문희의 미국 이모저모] 거의 30년 전, 처음 유학길에 올랐을 때 나는 ‘비자’가 무엇인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1990년대 중반은 지금처럼 인터넷이 모든 답을 알려주던 시절이 아니었다. 미국으로 가고 싶다는 막연한 열망 하나로 유학원을 찾았고, 필요한 서류를 내밀었으며, 마지막 관문은 주한 미국 대사관 인터뷰였다. 얼마나 긴장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지금도 대사관을 찾을 때면 괜히 마음이 굳어지는 걸 보면, 스무 살을 갓 넘긴 그날의 나는 아마 몹시도 떨고 있었을 것이다.
인터뷰를 통과한 뒤, 미국에 사는 지인의 지인을 어렵게 수소문해 공항에 나와줄 사람을 찾았다. 그 고마움이 얼마나 컸는지는 미국 공항에 도착해서야 실감했다. 만약 그분이 나오지 않았다면 낯선 공항 한복판에서 길을 잃은 채 서 있었을 ‘어서 와, 미국은 처음이지’의 내 모습이 쉽게 떠올랐다. 그렇게 나의 유학생활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무렵, 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내가 ‘F-1 비자’를 가진 외국인 학생이라는 사실이 단순한 신분 설명이 아니라, 삶의 범위를 규정하는 장치라는 것을 말이다. 20대 초반의 나는 아버지와 할머니께서 보내주시는 유학 자금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내 용돈 정도는 스스로 벌어보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알아봤지만, 돌아온 답은 명확했다. F-1 비자 신분으로는 합법적인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캠퍼스 내에서 허용되는 극히 제한적인 예외는 있었지만, 그것은 ‘허용’이라기보다는 ‘관리된 예외’에 가까웠다.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다. 비자는 나를 보호하는 제도가 아니라,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제도라는 사실을. 미국의 비자 시스템은 매우 정교하다. 각 비자에는 체류 목적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고, 그 목적을 벗어나는 순간 신분 위반이 된다. 학생 비자는 공부만 하라고 있는 비자다. 일하면 안 되고, 소득 활동을 하면 안 되며, 장기적인 체류 계획을 전제로 한 행동 역시 경계의 대상이 된다.
이 구조 안에서 개인의 의지나 성실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무리 능력이 있고, 아무리 성실하게 살아도, 신분이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다. 일할 수 없고, 직업을 선택할 수 없으며, 장기적인 커리어 설계를 세우기도 어렵다. 심지어 주거 계약, 금융 거래, 사회적 관계 형성까지도 신분의 그림자 아래 놓인다.
그때 처음으로 ‘신분의 한계’라는 벽을 체감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질문이 이어졌다. 이 제한을 넘으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그 질문의 끝에서 만난 단어가 바로 ‘Green Card’, 미국 영주권이었다.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자면, 영주권은 그저 체류 기간이 긴 비자가 아니다. 영주권은 미국 사회 안에서 하나의 경제 주체로 인정받는 최소 조건이다.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고, 고용주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직업과 커리어를 스스로 설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류의 지속 여부가 타인의 결정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 땅에서 ‘제한된 신분’으로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이 차이를 체감하기 어렵다. 비자를 가진 사람은 언제나 조건부다. 학교, 회사, 스폰서, 정책 변화 중 하나만 흔들려도 체류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반면 영주권자는 제도 안에서 예측 가능한 삶을 설계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를 넘어, 삶의 질과 선택의 폭을 근본적으로 바꾼다.
돌이켜보면, 이 집요한 질문과 문제의식이 나를 미국 변호사의 길로 이끈 셈이다. 유학생 시절은 물론이고, 영주권을 취득한 이후에도 나는 수없이 많은 한국인을 보았다. 단 하나의 영주권을 위해 회사 스폰서에 의존하고, 이민 서류를 맡긴 변호사에게 모든 운명을 걸듯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 말이다. 능력과 성실함은 충분하지만,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이유만으로 선택지가 제한되는 현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6.01.02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2026년 미국투자이민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얼마나 오르느냐”라는 질문이다. 숫자는 직관적이고 불안을 단순한 계산으로 바꿔주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시장이 마주한 변화는 투자이민을 바라보는 방식 자체를 바꿔 놓는 구조적 전환에 가깝다. 특히 EB-5는 2022년 RIA 체계 아래에서 투자금이 법정 기준으로 재정비됐고, 향후에는 인플레이션에 연동해 자동 조정되도록 설계돼 있다. 이 자동 조정의 첫 적용 시점이 2027년 1월 1일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은, ‘언젠가 오르겠지’ 수준의 전망이 아니라 제도 구조가 이미 예고한 시간표에 가깝다.
현재 제도상 최소 투자금은 TEA(농촌·고실업 지역 등) 또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해당하면 80만 달러, 그 외는 105만 달러로 정리되어 있으며, 이 구도 자체가 향후 조정 국면에서 시장 심리를 크게 흔들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26년은 “투자금이 오르기 전 서둘러야 하는 해”라기 보다, “투자이민이 더 ‘선별되는 시장’으로 이동하기 직전, 판단의 기준을 재정렬해야 하는 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이 전환이 가져올 첫 번째 변화는 흔히 말하는 ‘묻지마 투자’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이다. 투자금이 커질수록 투자자는 더 조심스러워지고, ‘영주권만 나오면 된다’라는 단순한 목표 설정은 ‘영주권도 받고 투자금도 회수해야 한다’라는 이중의 과제로 확장된다. EB-5의 본질이 투자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며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뒤따른다. 따라서 시장의 표준은 점점 더 “이 프로젝트가 어떤 상환 구조를 갖고 있는가, 고용 창출은 어떤 모델로 설계되어 있는가, 개발 주체의 재무와 실행력은 검증 가능한가” 같은 구조적 질문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는 투자자 개인의 성향 변화라기보다, 투자금 상승이 요구하는 합리적 방어기제가 시장 전체에 확산하는 과정이다.
두 번째 변화는 동시 접수(Concurrent Filing)의 가치가 더 선명해진다는 점이다. 동시 접수는 미국 내 합법 체류자에게 I-526E와 I-485를 함께 진행할 수 있게 하고, 영주권 최종 승인 이전에도 노동 허가(EAD)와 여행 허가(AP)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OPT의 변동성, H-1B의 경쟁과 비용 부담, 정책 변화에 따른 체류 리스크가 반복될수록, 동시 접수가 제공하는 법적 안정성은 비용 대비 효용의 관점에서 더욱 크게 보일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실전 전략은 ‘서두르자’ 같은 구호로 정리되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해야 한다. 투자금 조정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신청 수요가 몰리고 수요가 몰리면 프로젝트 선택의 여지가 줄어들거나 검토 시간이 얇아지기 쉽다. EB-5에서 가장 비용이 큰 실수는 대체로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간이 부족해서” 발생한다. 상환 구조와 담보의 실질, 자금 흐름의 현실성, 고용 창출 모델의 설계와 산정 방식, 개발사의 과거 이력과 재무 상태, 그리고 문서에 드러나지 않는 리스크를 확인하려면 일정한 시간이 필요하다. 시장이 붐빌수록, 결정이 늦을수록, 좋은 선택이 아니라 ‘가능한 선택’만 남는 구조로 흐를 수 있다는 점을 냉정히 봐야 한다.
프로젝트를 보는 관점도 바뀌어야 한다. 겉으로는 모두 승인 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보일 수 있지만, EB-5의 승패는 승인 서류의 존재가 아니라 구조의 질에서 갈린다. 예컨대 I-956F 승인은 프로젝트가 프로그램 요건을 충족하는지에 대한 행정적 판단과 맞닿아 있지만, 투자금 상환의 안전성까지 보장하는 성격은 아니다. 이 구분이 흐려질 때, 투자자는 ‘승인’과 ‘안전’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결론에 도달한다. 제도는 영주권 요건을 판단하고, 시장은 상환 가능성을 판단한다. 투자자는 이 둘을 동시에 통과해야 한다.
결국 2026년 투자이민의 핵심은, 체크리스트를 외우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상환 재원이 하나의 가정에만 걸려 있는지, 여러 경로로 분산되어 있는지, 투자자의 상환 순위가 실제로 보호받는 위치인지, 상환 시점의 설계가 현실적인지, 만약 계획이 어긋날 때 투자자를 방어하는 장치가 존재하는지 같은 질문들은 문장으로는 쉬워 보이지만, 답은 언제나 구조 속에 숨는다. 고용 창출 역시 마찬가지다. ‘10명’이라는 숫자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그 숫자가 어떤 가정 위에서 산출되는지, 가정이 흔들릴 때 보완 장치가 무엇인지까지 읽어야 한다. 개발사 평가 또한 광고 문구나 평판의 인상비평이 아니라, 과거 수행 이력과 재무 건전성, 리스크 관리 능력이 문서와 데이터로 설명되는지로 판단해야 한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26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연말이 되면 상담실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진다. 질문은 여전히 비슷하지만, 말의 속도는 느려지고 표정에는 한 해를 지나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긴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요?”라는 질문 뒤에는 대개 이런 마음이 따라온다. “올해도 쉽지 않았습니다.”
2025년은 유독 그런 얼굴들을 많이 마주한 해였다. 처음부터 확신에 찬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조심스러웠고, 망설였으며, 무엇보다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아이가 이제 고등학생이라는 말, 유학을 준비 중인데 비자가 불안하다는 이야기,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삶의 방향을 정리해야 할 것 같다는 고민이다. 미국투자이민은 그 자체가 목표라기보다, 이런 질문의 끝자락에서 조심스럽게 등장하는 하나의 선택지였다.
상담실에서 가장 자주 들은 말 중 하나는 이것이다. “이민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다만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이 너무 좁아질까 봐 걱정됩니다.” 이 문장은 2025년 미국투자이민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 누군가는 더 넓은 기회를 위해, 누군가는 덜 불안한 내일을 위해 이 제도를 고민했다. 목적은 달라도 공통점은 분명했다. 모두가 지금보다 나은 삶의 조건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이다.
2025년은 미국투자이민을 둘러싼 환경도 빠르게 변한 해였다. 비자 제도의 불확실성이 커졌고 체류와 신분에 대한 기준은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이런 변화 속에서 투자이민은 더 이상 ‘언젠가 고려해 볼 제도’가 아니라, 현재의 선택지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다만 중요한 점은, 관심이 높아졌다고 해서 결정이 가벼워진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히려 연말로 갈수록 상담은 늘었지만, 결정은 더 신중해졌다.
그 과정에서 한 가지 분명해진 사실이 있다. 미국투자이민을 고민하는 시간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선택하지 않았다고 해서 뒤처진 것도 아니고,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고 해서 기회를 잃은 것도 아니다. 이 제도는 속도보다 구조를 요구하고, 결단보다 이해를 먼저 요구한다. 한 해 동안 충분히 묻고, 비교하고, 가족과 이야기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중요한 과정을 지나온 것이다.
전문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2025년은 의미 있는 신호들이 쌓인 해였다. 투자이민 개혁법 이후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례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프로젝트의 성격과 공공성, 자금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눈높이도 분명히 높아졌다. 이는 2026년을 향한 시장의 기대감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불확실성은 여전하지만, 방향성은 조금 더 또렷해졌다고 볼 수 있다.
연말에 만난 한 상담자는 이렇게 말했다. “올해는 결론을 내리기보다, 방향을 확인한 해인 것 같습니다.” 이 말은 2025년을 정리하는 데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이민은 단기적인 결정이 아니다. 삶의 무게가 실린 선택이다. 그래서 준비된 속도로 가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길이 된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18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대표님, 우리 아이는 아이비리그에 다닙니다. 학점도 우수하고 영어도 원어민처럼 구사합니다.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큰 문제는 없겠죠?” 지난 25년 넘게 미국 이민과 유학, 취업 시장의 최전선을 지키며 수많은 부모님을 만나왔지만,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자녀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과 기대가 가득 담긴 그 눈빛을 마주할 때 마다 나는 늘 무거운 마음으로 입을 떼곤 한다. 이것은 부모님들이 가진 가장 흔한 믿음인 동시에, 현실을 외면한 가장 위험한 착각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 취업 시장에서 명문대 졸업장이나 뛰어난 ‘능력’은 기본 조건일 뿐이며 진짜 취업의 문을 여는 입장권은 다름 아닌 ‘신분(Visa)’이다. 미국은 철저한 실력주의 사회가 맞지만, 그 실력은 비자라는 좁은 문을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평가받을 수 있다. 한국의 부모님들은 미국을 “능력만 있으면 기회가 활짝 열리는 기회의 땅”으로 여기지만, 실제 기업의 채용 시스템은 전혀 다르게 작동한다. 인사 담당자가 이력서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항목은 지원자의 출신 대학이나 화려한 학점이 아니라, “이 지원자를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고용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다.
미국 기업의 입장에서 외국인 고용은 행정적 번거로움과 막대한 비용, 그리고 불확실한 리스크를 떠안는 행위다. 비자가 없는 지원자는 아무리 스펙이 좋아도 서류 검토 대상에서 즉시 제외되기 일쑤이며 채용되더라도 추후 비자 추첨에서 탈락할 위험 때문에 기업들은 채용을 꺼린다. 굳이 복잡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외국인을 뽑아야 할 ‘압도적인 이유’가 없다면 기업은 당연히 안전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를 선택하게 된다.
더 큰 문제는 현재와 미래의 제도적 환경 변화다. 2025년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는 유학생과 외국인의 취업 환경은 그야말로 ‘생존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인의 일자리를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라는 강력한 기조 아래 F-1 학생비자의 체류 기간 제한, OPT 기간 축소, H-1B 취업비자 장벽 강화 등 유학생들에게 불리한 정책들이 예고되었거나 이미 시행되고 있다. 과거의 성공 공식이었던 ‘유학 후 졸업, OPT를 거쳐 취업비자와 영주권 취득’으로 이어지던 루트는 이제 사실상 붕괴하였다고 봐도 무방하다.
따라서 자녀의 유학 전략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 입학은 출발선일 뿐 결코 목적지가 될 수 없다. 유학은 자녀의 인생을 건 10년 이상의 장기 프로젝트이기에 이제는 ‘입학부터 영주권까지’를 하나의 연결된 로드맵으로 설계해야 한다. 전공 선택 단계에서부터 비자 취득 가능성을 고려하고 졸업 후 어떤 신분으로 미국 사회에 안착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를 위해 부모님들께 항상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권한다. 유학의 성공은 자녀의 노력과 부모의 준비라는 두 바퀴가 동시에 굴러갈 때 가능하다. 전공 경쟁을 확보하고 치열하게 학점을 관리하며 인턴십을 경험하는 것은 온전히 자녀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비자가 막힐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하고 영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루트를 탐색하며 자금과 수속 타이밍을 계획하는 것은 오직 부모만이 준비해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구체적으로 자녀가 이공계(STEM) 인재라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 영주권을 취득하는 NIW 도전을 인문·경영·예체능 계열이라면 부모의 자산을 활용한 EB-5 투자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판단이 졸업 시즌에 닥쳐서가 아니라 유학을 떠나는 시점 혹은 그 이전부터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이다.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11 이유리 미국변호사
[이유리의 미국투자이민 키워드] 2025년 연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내 혁신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고학력 전문 인재를 대규모로 유치하기 위한 방안으로 ‘골드카드 영주권 프로그램’을 언급했다. 이후 9월 행정명령이 발표되었고 오는 12월 18일부터는 실제 이민국 접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골드카드 프로그램을 위한 이민국 청원 양식인 I-140G의 초안이 미국 예산관리국(OMB)의 승인을 거쳐 일반에 공개되었다. 이번 초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신청 자격 요건이 기존의 고학력 전문 이민 카테고리인 EB-1 또는 NIW 신청자들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즉, 누구나 기부금을 낸다고 신청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의 전문성과 경력을 갖춘 인재들만 대상이라는 의미다.
골드카드 청원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전문 인력이 개인 자격으로 100만 달러를 기부하고, 그 기부금의 자금 출처까지 명확히 소명해 신청하는 방식이다.
둘째, 기업이 특정 인재를 스폰서하는 경우 200만 달러를 기부해 청원을 진행할 수 있다. 기업 스폰서 방식에서는 기업의 전반적인 재정 상태와 임원진 관련 정보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특히 기업이 개인을 스폰서할 경우, 신청자 가족 1인당 추가로 100만 달러의 기부금이 부과되는 구조도 눈에 띈다.
한편, 2025년 들어 미국 비자 및 영주권 전반의 수속 기간은 오히려 늘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골드카드 프로그램 역시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 보면 수속 기간을 단축하는 특별 조항이나 우선 처리 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골드카드를 신청하더라도, EB-1 또는 NIW 카테고리에 속하는 만큼 기존과 동일한 대기 기간을 감수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누가 이 프로그램을 선택할까?
미국투자이민 EB-5 수준의 자금 출처 증빙을 준비해야 하고, 동시에 EB-1 또는 NIW에 준하는 고학력·전문성 요건까지 충족해야 한다. 여기에 100만 달러 기부라는 높은 진입장벽이 더해지면서 실제 신청자 풀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구조적으로도 기부 방식의 영주권 프로그램은 새로운 시도이지만, 얼마나 많은 고급 인재가 이 제도에 매력을 느낄지는 아직 미지수다..(이하 생략)
출처: 매일경제(전문보기)
2025.12.04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최근 몇 달 동안 상담실의 불이 유난히 늦게까지 꺼지지 않는다. 2026년 투자금 인상 가능성과 동시 접수 확대로 문의가 크게 늘면서 하루 스케줄이 몇 번씩 채워진다.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배경의 투자자들이 찾아오지만, 반복되는 질문과 오해가 눈에 띄게 비슷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상담은 정보를 ‘추가’하기보다 오래된 오해를 ‘정리’하는 과정에 가깝다. 소문 속 EB-5가 아니라 실제 제도의 구조를 다시 보여주는 시간이다.
얼마 전 40대 고객은 EB-5를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안전한 상품’으로 알고 있었다. 오래된 지인의 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EB-5는 어디까지나 투자 프로그램이며 미국 법은 상환 보장을 금지한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안정성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개발사의 신용도, 선순위 구조, 선순위 대출 여부, 공공 인프라 기반 여부 등을 설명해 드리면 관점이 ‘안전/위험’에서 ‘원금 회수가 가능한 구조인가’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이 순간이 EB-5가 왜 구조 기반 분석이 필요한지 가장 명확해지는 지점이다.
I-956F 승인만으로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고 믿는 경우도 많다. I-956F는 프로젝트가 RIA 기준에 맞는지 확인하는 핵심 절차이지만 재무적 안전성을 보증하는 단계는 아니다. 상환 재원과 고용 창출 구조는 별도의 검증이 필요하다. 이 질문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오해 중 하나다. “EB-5는 돈을 내면 영주권이 자동으로 나온다”라는 인식도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로는 I-526E 심사, 적법한 자금 출처 증빙, 고용 창출 요건 충족 또는 비자 인터뷰 등 여러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특히 RIA 이후 문서 기준이 명확해지면서 제대로 준비할수록 예측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구조다.
의외로 자주 듣는 질문은 “요즘 EB-5 아무도 안 한다던데요?”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올해 미국 내 유학생·직장인을 중심으로 동시 접수가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우세하다. 유학생 체류 불안정성 확대, H-1B 수수료 급증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신분 안정을 위해 EB-5를 선택하는 흐름이 강화됐고 한국에서도 이러한 환경 변화로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상담하다 보면 정보는 넘치지만 정확한 정보는 적은 시장이라는 현실을 더 깊게 체감한다.
그래서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조언은 단 하나다. “서두르는 것보다 옳은 프로젝트를 고르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EB-5 프로젝트는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영주권 승인과 투자금 회수를 동시에 결정하는 구조적 선택이다. 예를 들어, 올해 두드러진 인기를 보인 공공 인프라 기반 프로젝트는 정부가 주도하는 구조인 만큼 상환 재원과 고용 창출이 비교적 명확하다. 반면 시장형 프로젝트는 다양하게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신뢰도 높은 개발사와 이주업체의 철저한 실사를 통과한 프로젝트에 수요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했다.
동시 접수에 관한 오해도 꾸준하다. 많은 예비 투자자가 “동시 접수하면 영주권이 빨리 나온다”라고 생각하지만, 동시 접수는 체류 신분을 조기 안정화하는 제도일 뿐 최종 승인 시점을 앞당기지는 않는다. EAD·AP를 빨리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출처: 매일경제(원문 보기)
2025.11.27 김지영 대표이사
[김지영의 지금은 글로벌] 지난 26일 제주 신화월드 랜딩관에서 열린 미국 영주권·유학 세미나는 예상보다 깊은 긴장감을 품고 있었다. 여유로운 제주라는 이미지와 달리, 이날 모인 국제학교 학부모들의 표정은 예민했고 질문은 명확했으며 고민은 매우 현실적이었다. 한눈에 봐도 ‘결정을 앞둔 사람들’의 분위기였다.
22일과 23일에 열렸던 부산 해외 이민 박람회가 지역 격차를 해소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제주 세미나는 성격이 달랐다. 이곳을 찾은 학부모들은 이미 해외 교육 환경에 익숙했으며 미국 대학 입시에서 영주권이 가져오는 구조적 차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고학년 자녀를 둔 부모들일수록 표정이 무거웠다. 내년이면 원서 접수가 시작되는 시점, 전공 선택도 늦출 수 없는 상황, 그리고 영주권 유무에 따라 장학금·전문대학 진학·교육비 부담이 극명하게 갈린다는 사실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부모는 “아이도 방향은 잡았는데 영주권만 없어요”라고 짧게 말했다. 그 문장 속에는 수년간의 고민과 뒤늦은 긴박함이 함께 담겨 있었다.
특히 눈에 띈 점은 다자녀 가정의 비율이었다. 제주 국제학교의 특성상 두 자녀·세 자녀 가정이 많았고 유학 비용이 한 명일 때와 세 명일 때가 전혀 다른 문제라는 현실이 빠르게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 상담에서도 그 고민은 더욱 구체적이었다. 한 아버지는 첫째가 성인이 된 뒤에야 영주권을 신청해 “타이밍을 놓쳤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둘째가 만 21세가 되기 전에 함께 영주권을 취득시키기 위해 자금 출처·세무 이슈까지 세밀하게 검토하며 세미나를 찾았다. 학부모들의 계산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자녀 별로 최적의 시점을 놓치지 않기 위한 교육적 설계였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흐름이 있었다. 재정적으로 여력이 있는 가정일수록 ‘부모는 한국에 남고, 자녀만 독립적으로 영주권을 받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점이다. 특히 투자이민은 다른 이민 카테고리와 달리, “부모와 별도로 미성년 자녀가 독립적으로 투자이민을 신청할 수 있다”, “사업이나 취업 조건에 묶이지 않고 입시 전략만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자녀를 사실상 독립시키는 형태로 관리가 가능하다”라는 점이 강한 호응을 얻었다.
또한 이미 미국에서 학생비자 소지 중인 유학생이라면 투자이민과 신분 조정(I-485)를 동시에 신청하는 컨커런트 파일링(concurrent filing)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노동 허가 승인이 나면 영주권 취득 전에 미리 취업할 기회도 생긴다.
증여나 가족 재산 이전의 목적과 함께 자녀 중심 이민 설계가 가능한 구조라는 점이 제주 학부모들에게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갔다.
부산에서는 NIW나 EB-1A처럼 직업군에 따라 선택지가 다양한 반면, 제주에서는 입시라는 현실 앞에서 EB-5 투자이민이 더욱 본질적인 선택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미국식 커리큘럼에 익숙한 국제학교 학생일수록 영주권의 유무가 대학 입시, 장학금, 인턴 기회, 전문대학 진학 가능성까지 바꿔놓는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미나 내내 반복된 주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주권 보유 시 누릴 수 있는 In-state Tuition, 사립·주립대 장학금, 필요 기반 장학제도, 학자금 대출, 의대·치대·약대 같은 전문대학 진학에서의 문턱 완화. 많은 부모가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확실한 구조’로 설명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설명이 이어질수록 학부모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고, “영주권이 있는 입시 전략과 없는 입시 전략은 완전히 다른 세계입니다”라는 말에 여러 부모의 표정이 굳어졌다.
출처: 매일경제(원문보기)